이하린은 의붓아버지의 명령으로, 회사의 비밀이 담긴 USB를 류정한에게서 훔쳐야 한다. 그러나 그에게 허무하게 들키고 만다. 류정한은 자신의 집으로 직접 찾아와 가져가라고 도발하고, 의붓아버지에게 동생의 병으로 협박을 당하는 이하린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집에 숨어 들어가는데…….
<본문>
무언가가 닿는 소리가 들렸다.
“USB를 찾나봐.”
어둠 속에서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하린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서있을 법한 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러기로 했잖아요. USB, 어디 있어요?”
“내가 말했잖아. 알아서 찾아가라고.”
“그래서 찾으러 왔잖아요.”
하린의 똑 부러지는 목소리를 들으며 정한은 책상에 걸터앉았다. 그는 이 어둠이 무척 익숙한 듯 자유롭게 움직였으나, 겨우 어둠에 적응한 하린은 아직도 그가 무엇을 하는 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똑똑한 줄 알았는데, 실망인걸.”
“약속대로 한 것뿐이에요. 언제든 이 집에 와서 어떤 방식으로든 USB를 갖고 가라고 한 건 그 쪽이에요.”
“그랬지. 그런데 하나 잊은 게 있은 게 있군.”
정한이 하린의 손목을 확 잡아당겼다. 반항 한 번 못해보고 속절없이 끌려간 하린은 자신의 허리를 붙드는 큰 손을 느꼈다. 하린이 숨을 스읍하고 들이마셨다. 보이지 않았으나 목덜미에 닿는 정한의 숨결이 느껴졌다. 정한이 하린의 귓가에 속삭였다.
“나한테 걸리면, 이후에 생기는 일들은 모두 그 쪽의 책임이라고 했을 텐데.”
“그게 무슨……읏!”
하린의 말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정한이 하린의 목덜미를 아플 만큼 깨물었다. 마치 꼼짝도 못하게 하려는 맹수처럼.
“하, 하지 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