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누구보다도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식 당일. 서하는 결혼식 10분을 남겨두고 신랑 단짝친구인 승원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듣는다. 신랑인 창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서하는 승원을 붙잡고 신랑을 찾으러 예식장을 빠져나와 전국일주를 하는데……. 승원은 친구이자 이제는 다른 남자의 아내인 리아를 여전히 그리워 하지만, 서하를 볼 때마다 이유를 알 수 없이 화가 치민다. 그 감정이 실제로 무엇인지는 본인조차 알 수 없다.
<본문>
남편을 찾는 게 목적 아니었어?
왜 당신은 내 앞에 유혹적으로 서 있는 거지?
승원은 손에 쥔 재킷을 비틀어 쥐고 서서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 한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차가운 새벽공기에 고스란히 드러난 하얀 어깨를 재킷으로 감싸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들판의 새벽과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잘 어울려서 그는 선뜻 손에 든 재킷을 서하의 어깨 위에 걸쳐주질 못했다.
승원의 눈에 풀밭 위를 걷는 그녀의 모습 뒤로 보이는 펜션까지 숨죽인 듯해 보였다. 서하의 하얀 웨딩드레스가 안개와 잘 어울렸고 두 손으로 움켜쥔 드레스 자락 사이로 보이는 발목과 종아리가 초록 속에 묻혔다 드러내기를 반복했다.
젠장할.
그의 가슴에 이유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승원은 스스로도 이해 할 수 없을 만큼 서하에 대해 짜증이 났고 창현에게 화가 났다.
심창현. 넌 어떻게 되먹은 인간이냐.
“가요.”
그가 이를 갈며 창현을 원망하고 있는 사이에 서하는 어느새 차에 오르며 승원을 재촉했다.